스니커즈 시장에는 출시된 지 오래됐어도 여전히 수십, 수백 배 웃돈이 붙는 모델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나이키와 조각가 톰 삭스(Tom Sachs)의 협업으로 탄생한 ‘마스야드(Mars Yard)’ 시리즈다. 실제로 국내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2017년에 발매된 마스야드 2.0이 올해 5월 831만원에 거래됐고, 해외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에서는 마스야드 1.0이 2023년에 131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현재 크림에서 마스야드 1.0의 즉시 구매가는 2300만~3000만원에 달한다. 단순한 운동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셈이다.
이런 마스야드 시리즈가 신제품 3.0으로 돌아오면서 특별한 방식으로 출시된다. 이번에는 운과 빠른 클릭만으로는 살 수 없다. 톰삭스가 만든 I.S.R.U 앱을 통해 챌린지에 참가한 사람들에게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I.S.R.U는 ‘현지 자원 활용(In-Situ Resource Utilization)’의 약자로, 참가자는 운동, 자유투 연습, 창의적 루틴 만들기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인증해야 한다. 챌린지를 통해 점수를 쌓으면 리더보드에 이름이 올라가고, 일정 순위 이상에 들어야 9월 5일 마스야드 3.0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
리더보드 순위는 누적 점수를 기준으로 산정되며, 동점일 경우 연속 참여일 수와 가입 시점으로 가른다. 최종적으로도 동점이면 루나랜더(Lunar Lander) 게임으로 승부를 결정한다. 챌린지는 하루에 한 번만 기록할 수 있으며, 꾸준히 수행할수록 더 많은 포인트를 받는다. 특히 ‘Extreme Excellence(EE)’ 배지가 부여되면 순위와 관계없이 구매 자격을 얻는다. EE는 챌린지와 관련해 창의적이거나 큰 노력을 들인 작업을 공유했을 때 주어진다.
새로운 미션은 7월 17일부터 8월 29일까지 매주 공개되며, 모든 기록은 9월 5일 마감된다. 이후 상위 점수 참가자들에게 구매 안내가 개별 통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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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7월 17일 첫날 리더보드를 보면 이미 전 세계의 많은 스니커즈 애호가들이 참가해 이름을 올렸다. 톰 삭스 본인도 물론 이 챌린지에 참여해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렸다.
첫 번째 주차 챌린지는 ‘Ten Free Throws(텐 프리 스로우즈)’, 즉 하루에 10번 던지기다. 농구공과 골대가 없어도 괜찮다. 참가자는 집에 있는 아무 물건이나 던질 것과 목표물을 정해, 매일 10번 던지는 동작을 수행하면 된다. 앱 설명에 따르면 쌀알을 골무에 넣거나 돌을 표지판에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미션을 수행한 후에는 날짜와 성공 횟수를 적어 사진으로 인증해야 점수가 쌓인다.
1966년 뉴욕에서 태어난 톰삭스는 폼코어와 합판 같은 일상 재료로 모더니즘의 걸작들을 재창조하는 현대미술 작가다. 구겐하임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해온 그가 나이키와 처음 협업한 마스야드 1.0은 NASA 엔지니어를 위한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2017년 마스야드 2.0는 뉴욕 ‘스페이스 캠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구매자를 선발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마스야드 3.0은 외형은 기존과 유사하지만 구조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자연 고무 아웃솔과 리액트 폼 중창, 카본파이버 지지대가 적용됐고, TPU 보호대도 추가됐다. 포장 박스까지 재사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톰삭스는 이번 프로젝트에 앞서 “마스야드는 항상 구하기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원한다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을 얻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의미 있는 일상 루틴에 참여함으로써 삶이 향상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이번 나이키와 톰삭스의 협업은 단순한 스니커즈 발매를 넘어 일상 속 루틴을 바꾸고 자기 자신을 실험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