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컬트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가 11월 5일 국내 개봉한다.
‘부고니아’는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는 두 청년이 대기업 CEO 미셸(엠마 스톤 분)을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 믿고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의 원작인 <지구를 지켜라!>는 2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세대를 거치며 “한국형 컬트의 걸작”으로 재평가됐다.
‘부고니아’는 이 작품을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냉소적 미장센과 서늘한 유머로 재해석한다.
원작이 병구(신하균)의 광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리메이크는 CEO 미셸의 시선까지 확장해 인간의 본능과 권력의 양면성을 탐구한다.
엠마 스톤은 외계인으로 몰려 갑작스레 납치당하는 거대 바이오 CEO 미셸 역을 맡았다. 원작에서 백윤식이 맡았던 ‘강 사장’에 해당하는 인물로, 완벽해 보이던 인물이 점차 파국으로 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스톤은 삭발 연기까지 직접 소화하며 강렬한 변신을 선보인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 플레먼스는 외계인 음모론에 사로잡힌 청년 테디 역을 맡았으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미셸의 남편으로 출연한다.
영화 제목 ‘부고니아’는 죽은 소의 사체에서 벌이 태어난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의 신앙에서 유래했다. 벌을 신성하고 재생의 상징으로 여겼던 그 개념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광신과 구원의 역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고니아’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 상영 직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해외 매체들은 “21세기 가장 강렬한 영화”(Collider),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최고작”(The Hollywood Reporter)이라 평하며 호평을 쏟아냈다. 상영 이후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베니스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란티모스 감독은 “대본을 읽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장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엠마 스톤은 “란티모스 감독과의 작업을 좋아한다”며 “그가 창조한 세계와 캐릭터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에 이어 네 번째 작품을 같이 했다.
베니스, 텔루라이드, 런던,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연이어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부고니아’는 믿음, 광기, 구원의 역설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에서 펼쳐낸다.